천년에 걸쳐 완성된 ‘미선유적’

베트남엔 천 년에 걸쳐 완성된 미선유적(My Son Sanctuary)이 있습니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미선유적은 2~15세기 베트남 중부에 번성했던 참파 왕국의 대규모 사원단지인데요. 미선이란 ‘아름다운 산(美山)’이란 뜻입니다. 한때 참파왕국은 캄보디아로 원정해 앙코르왕국을 점령하는 등 동남아에서 힌두교 문화를 대표하는 나라였습니다. 4세기부터 13세기까지 천 년 간 종교적인 성지였던 미선유적은 동남아의 다른 힌두교 유적인 앙코르와트, 아유타르, 바간 등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그 역사는 더 유구합니다.


먼저 미선유적 투어를 가려면 투어 예약을 해야하는데요. 저는 신투어리스트(The Shinh Tourist)에서 예약했어요. 투어 가격은 1인당 99,000동(약 5천원)입니다. 버스 타고 가서 다시 버스 타고 돌아오는 반나절 일정입니다. 전일투어는 반나절투어가 끝나면 보트를 타고 밥 먹으러 갔다가 공예마을에서 물건을 사거나, 허접한 공연을 유료로 봐야하는 일정이 포함됩니다. 전 빠르게 갔다 와서 제가 먹고 싶은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고 액기스만 담긴 반나절투어를 선택했습니다. 제가 묵었던 실크빌리지 리조트에 오전 8시에 미니버스로 데리러 오네요.

호이안 신투어리스트 위치는 위 지도에서 확인하시고요. 

 


호이안에서 30km 정도 떨어져 있어 미니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달리면 도착합니다. 이곳 입장료는 1인당 15만동(7,500원)으로 비교적 비싼 편에 속해요. 작년까지만 해도 10만동이었는데, 베트남 정부에서 외화수입 때문에 외국인에 대한 관광지 입장료를 지속적으로 대폭 올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하네요.


입구에서 유적지까지는 거리가 조금 멀기 때문에 전기 버스를 타고 5분 정도 들어가야 합니다. 이용료는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도를 보고 어떻게 돌아봐야 할까 경로를 대충 확인해보세요. 길은 하나로 되어 있어 찾기 어렵진 않더라고요. 그리고 함께 간 가이드가 친절하게 영어로 설명 해주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영어를 몰르시는 분은 제 글로 대략적으로 어떤 곳인지 알아보고 가시면 많은 도움이 되실 거에요.

유적지는 마하파르타 산 아래에 위치해 있어요. 산으로 둘러 싸인 분지의 중앙에 70여개의 탑과 사원들이 발굴 순서에 따라 A부터 L까지 총 10개의 사원군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4세기 말 참파왕국의 바드라바르만 왕이 힌두교의 신인 ‘시바’를 모시는 목조사당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는데, 현재는 8~13세기의 벽돌로 된 사원만 남아 있어요.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고고학자인 앙리 파르망티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베트남 전쟁 때 미군의 폭격으로 대부분 파괴되어 B, C, D군만 현재 온전한 모습을 하고 있어 그곳들만 제대로 구경할 수 있습니다.


정글을 10여분간 걸어 들어가면 드디어 만나게 되는 건가요! 말로만 듣던 정글을 이렇게 걸어 보게 되네요. 이것도 즐겁습니다.


그런데 왜 미군은 이곳을 B-52 폭격기로 융단폭격했을까요? 미선유적은 높은 산으로 둘러 싸인 분지형태를 하고 있어 방어에 용이하기 때문에 전쟁 당시 베트콩이 이곳을 거점으로 활동했다고 합니다. 전쟁은 정말 일어나면 안되는 거였습니다. 천 년에 걸쳐 만들어진 사원이 이렇게 한 순간에 사라지다니 안타깝네요.


처음 보자마자 전 입이 딱 벌어지는 아름다움을 느꼈어요. 어떤 이는 앙코르와트에 비해 보잘 것 없다고 평하는 사람도 있던데, 앙코르와트는 12세기에 만들어진 것이고, 이곳은 4세기부터 만들기 시작해 1천년 동안 건축이 계속 이루어진 곳이에요. 힌두교 사원으로서 역사적 의미는 미선유적이 훨씬 중요합니다.


모든 건물은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벽돌을 끼워 맞추는 형태로 지어졌어요. 만약 현대의 콘크리트 기술로 지었다면 아마 천년은 커녕 몇 백년도 가기 힘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아래의 벽돌과 위의 벽돌이 색깔과 세월의 흔적이 다르죠? 위의 새 벽돌들은 후대에 보수된 것입니다. 그런데 누가 언제 했는지는 모른다고 하네요. 현재도 복원을 계속하고 있는데, 접착제 없이 붙일 수가 없어 꿀이나 설탕, 기름 등을 이용해서 작업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렇게 작업하더라도 원래의 것보다는 품질이 떨어진다니 옛 사람들의 지혜가 참 대단합니다.



건물 외관의 장식과 문양이 다른 동남아 문화권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것이 많습니다. 힌두신을 상징하는 조각들과 동물, 식물, 무희 압사라 같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조각들이 신비롭네요.


참파 사람들은 힌두교 신인 시바가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왕이라고 믿었고, 왕은 곧 시바였습니다. 사원들은 주 건물(칼란)을 중심으로 부속 건물이 있는 동일한 구조로 되어 있는데, 시바신에게 바친 요니(구조물의 아래 받침대)와 링가(구조물의 위 둥근 부분)의 결합체가 항상 있어요. 요니는 여성의 생식기를 의미하고 링가는 남근을 의미하는데, 다산과 창조를 바라고 있습니다.



몰탈 하나 없이 벽돌로만 어떻게 이런 건축물을 지었을까 참 궁금하네요. 혹시 한산하게 이곳을 구경하고 싶다면 오후에 오토바이 타고 오시면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투어상품으로 오게 되는데 오전에 오거든요.



이곳을 원상태로 복원하려면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네요. 그리고 시바 여신상 등 유적 중 많은 부분은 현재 다낭의 박물관으로 옮겨 전시하고 있어서 여기선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건물의 부분부분을 보다보면 이끼가 낀 부분이 있고 없는 부분이 있는데 이끼가 없는 부분이 더 오래되었습니다. 경주의 석굴암처럼 현대의 기술로 보수하면 이끼가 끼는 경우가 있죠. 천 년도 넘는 선조들의 지혜가 지금까지 고스란히 전해지지 않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사원 내부의 천정은 피라미드 모양을 하고 있네요.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이 있어 안으로 들어오니 시바를 조각한 돌이 보이네요. 그런데 팔을 8개로 표현했어요. 이건 시바가 춤의 신이기도 한데 춤추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팔을 8개로 표현했다고 하네요. 흥미롭습니다. 근데 건물의 지붕이 좀 이상하죠?

 

아무런 설명 없이 한쪽 구석에 미군의 B-52에서 투하한 폭탄을 조용히 전시하고 있네요.


저 멀리 머리가 잘려나간 시바상이 앉아 있네요. 시바상의 머리는 대부분 잘려나가고 없는데 일부는 박물관에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왜 잘랐을까요?





유적지 곳곳에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참 많은 사원이 지어져 있어요. 한 지역에 많은 사원을 짓는 경우는 세계 역사에 유래가 거의 없다고 하는데, 참파왕국의 경우는 굉장히 드문 경우라고 하네요.

미선유적지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생각하고 가시면 조금 실망하실 수도 있어요. 부지는 넓지만 건축물의 규모가 작은데다 파괴된 곳이 많이 보이거든요. 하지만 그건 역사를 알고 그 속에 이야기를 알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세월과 폭격으로 파괴되었지만 훨씬 오래되고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 호이안 여행에선 꼭 가봐야할 필수코스라고 말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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