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겪은 황당한 사건

독자들께서는 여름 휴가를 다녀오셨는지요?
이등병의 첫 휴가만큼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휴가를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가 저는 베트남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하필이면 베트남이냐고 물어보신다면… 중국, 인도와 함께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그냥 가보고 싶은 나라였기 때문입니다. 배낭 하나 메고 왕복 비행기표만 들고 베트남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베트남전의 상흔(傷痕)이나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한류(韓流)열풍은 차치하고 저는 이런 상상을 했습니다. 산수화에 나올 법한 남국적 풍경 속에서 농부들은 물소를 몰고 일을 하고, 하얀 아오자이를 입은 소녀들은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누비며, 사람 좋은 미소를 띈 아저씨가 모는 시클로를 타고 질박한 베트남 사람들의 삶 속을 누비는… 뭐 이런 것들을 상상했습니다.

1주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 저는 7월 30일자 신문에서 동료 기자가 쓴 기사를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그리고 저의 악몽과 같던 베트남 여행이 다시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기사내용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29일 불법체류 베트남인들을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아온 혐의로 베트남 폭력조직 ‘하노이파’조직원 N(33)씨를 구속했다. …N씨는 작년 8월 12일 오후 6시쯤 조직원 4명과 함께 서울 성동구 마장동 베트남인 J(33)씨의 집에 찾아가 흉기로 J씨의 왼손가락을 절단하고 깨진 유리조각으로 J씨의 여동생 H(26)씨에게 상처를 입히는 등 작년 6월부터 올 2월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불법체류 베트남인들을 상대로 강도행각을 벌여 4350만원 상당의 원화와 달러 등을 빼앗아온 혐의를 받고 있다.…’

저는 5박6일간의 짧은 베트남 여행에서 두 번의 떼강도를 만났습니다. 다행히 그네들이 흉기를 들이밀지 않아 제 손가락은 멀쩡합니다만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평생 잊지 못할 여행이 되었습니다.

호치민에 도착한 첫 날 오후 시내를 돌아볼 목적에 거리로 나섰습니다. 베트남에는 오토바이가 정말 많습니다. 무질서하게 달리는 오토바이 사이로 위험스럽게 걸어가야 하는 호치민은 보행자에게는 지옥과 같은 곳입니다. 주로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하는 영업용 오토바이도 많습니다.

저는 시내를 둘러보게 해주겠다는 오토바이를 탔다가 첫 번째 강도를 당했습니다. 종로로 가는지 영등포로 가는지 알 길이 없는 저를 태우고 그 오토바이는 교외로 빠져나갔고, 어느 빈민촌 같은 곳으로 들어가더니 갑자기 튀어나온 일당과 함께 저에게 돈을 요구했습니다. 저는 베트남 일반 노동자의 한 달 월급 정도를 빼앗겼습니다.

첫날 여행기분을 잡치고, 둘째날 저녁에는 시클로를 탔습니다. 시클로는 영업용 자전거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단, 승객이 앞에 타고 뒤에서 운전을 하는 것이 일반적 자전거와 다른데 아마 영화같은 데서 한번쯤은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저는 사람 좋아 보이는 아저씨와 시클로 가격을 흥정하고, 시내 중심부를 지나 제 숙소까지 가기로 했습니다. 참, 베트남에서는 모든 곳에서 흥정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외국인들에게는 대부분이 바가지 요금을 씌우기 때문에 적정한 가격 수준까지 반드시 흥정을 해야하기도 합니다.

시클로에 앉아 여유있게 베트남 시내를 누비고 있는데, 월드컵에서 한국축구의 선전 등을 들먹이며 친절을 보이던 시클로 운전사가 한 택시 뒤에 멈춰서더니 저보고 택시로 옮겨타면 숙소까지 데려다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생각에 택시에 타는 순간, 택시기사를 포함해 5~6명의 사람들이 저를 둘러싸고 돈을 요구했습니다. 일부는 택시에 타 제 멱살을 잡고, 지갑을 뒤졌습니다. 물론 시클로 기사도 한패였죠.

졸지에 지갑 속의 돈을 모두 털리고(한국돈까지) 나니 앞으로 여행할 걱정보다는 어이가 없어 화가 치밀었습니다. 그네들이 조폭인지, 동네 깡팬지 아니면 사흘을 굶어 남의 집 담이라도 넘어야했던 보통 시민이었는지 저는 모릅니다. 그러나 호치민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주머니를 노리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고 합니다. 피해를 보는 한국사람들도 적지 않다더군요.(저는 이래저래 돈을 빼앗긴 두 팀의 한국 여행객을 더 만났습니다)

불운에 불운이 겹쳤는지도 모르겠지만, 저의 첫 휴가는 베트남에서의 이런 저런 사건들로 얼룩진 채 끝났습니다. 베트남은 볼거리도 많고 일반 사람들은 친절했습니다만, 앞으로 베트남에 가실 계획이 있는 분들은 되도록 혼자 다니시지 말고 신변에 조심하시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휴가철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죠. 독자여러분들께서도 여행지에서 항상 안전에 조심하시고, 휴가 아직 못 갔다오신 분들 즐거운 휴가 보내시길 바랍니다. 다음에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