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텔링] 로컬화 나선 증권사들…베트남의 ‘두 얼굴’

문재인정부 신남방정책 일환으로 베트남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서 양국은 금융 등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했고,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베트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문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의 ‘구원 투수’로 베트남이 떠오르고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베트남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베트남 회사를 인수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고, 한국투자증권은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도 베트남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CNB=손정호 기자)

인구 60%가 2030 ‘젊은 나라’

증시·GDP 쑥쑥…증권사들 ‘눈독’

시장정보 불투명, 투자 신중해야

베트남이 우리나라 금융투자업계의 ‘이머징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심장’으로 불렸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주춤해지고, 사드 문제로 중국의 반한(反韓) 정서가 우리 기업들에게 타격을 주면서 상대적으로 베트남이 주목받고 있는 것.

정부도 베트남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투자 협력을 장려하기로 합의했다. 이 자리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 등이 동행해 양국 간 금융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국내 금융사 중 가장 적극적인 곳은 미래에셋그룹이다. 미래에셋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필두로 ‘베트남 맞춤 시스템’을 완성하고 있다.

최근 미래에셋대우증권은 베트남 현지 법인에 650억원 규모의 증자를 단행해 자본금을 1000억원으로 늘렸다. 이를 토대로 미래에셋대우 베트남 법인은 주식 중개와 신용공여 서비스를 확대하고, 모바일과 웹 트레이딩 시스템을 개편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CNB에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현지 자금 조달과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한국 기업뿐 아니라 베트남 기업의 자금 조달과 상장 업무도 추진하면서 다양한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월 말 베트남 국유자산을 운용하는 베트남투자공사와 함께 현지 운용사 ‘틴팟’을 인수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틴팟’의 지분 100%를 인수한 후 베트남투자공사의 자회사인 SIC에 지분 30%를 매각하는 방식이다. 현재 베트남은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진행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향후 베트남 법인의 기존 펀드 운용뿐 아니라 현지 투자자들에게 판매할 신규 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베트남투자공사와의 협업으로 부동산, 인프라 등 다양한 투자 상품을 개발해 베트남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파이낸스컴퍼니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베트남 현지 회사 인수뿐만 아니라 주요 회사와의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베트남 주요 증권사인 호치민증권, 드래곤캐피털과 손을 잡았다. 삼성증권의 베트남 투자 설명회 모습. (사진=삼성증권 제공)

한국투자증권은 로컬화 전략으로 무장했다. 베트남 증권업계 70위이던 EPS증권을 인수해 KIS베트남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했다. KIS베트남의 브로커리지 경쟁력을 강화해 현지 고객 기반을 확대하면서 10위권으로 성장시켰다.

KIS베트남은 앞으로 대형 종합증권사로 도약하기 위해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자문 등 투자은행(IB) 부문에 주력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CNB에 “KIS베트남의 호치민 본사와 하노이 영업점 등 직원 200여명 중 한국인 주재원은 3명밖에 되지 않는다”며 “인력은 최대한 현지화하고, IT 시스템에는 우리의 선진 기술을 접목해 베트남 투자자들의 니즈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베트남 주요 증권사인 호치민증권과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호치민증권과의 제휴로 현지에 연구단을 파견하고, 베트남 주식중개 서비스 오픈과 서울에서의 베트남 유력기업 최고경영자 초청 설명회를 개최했다.

은행 계열의 증권사들도 베트남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현장에 진출해 있는 은행과의 업무 효율성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NH투자증권은 현지 CBV증권 인수를 완료했다. 잔여 지분 51%를 추가 인수해 100% 자회사한 것. 올해 2월 NHSV로 법인명을 변경했다. NHSV는 올해 주식발행시장(ECM) 중심으로 기업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오는 2019년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리서치 자문 업무와 자기자본(PI)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KB증권도 현지 마리타임증권을 인수했다. 최근 KBSV로 명칭을 변경해 하노이 본사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IB와 자산관리(WM) 등 KB증권의 장점을 살려서 베트남 진출 기업을 대상으로 M&A 자문과 자금 조달 주선, 신사업 추진 컨설팅을 할 예정이다.

신한금융투자 베트남 법인의 경우 리테일 브로커리지와 IB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베트남채권 등 수익률이 높은 현지 상품을 국내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 베트남에 진출한 은행지주사의 자회사인 증권사들도 베트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월 KB증권이 베트남 현지 증권사를 인수해 ‘KBSV’로 브랜드 런칭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KB증권 제공)

장밋빛 전망 ‘동전의 양면’

이처럼 금융사들이 베트남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미래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베트남 인구는 약 1억 명인데 이중 60% 이상이 소비 성향이 높은 20대~30대다. 연평균 경제성장률도 세계 평균 수준의 2배인 6~7%에 달한다. 이처럼 성장 동력이 탄탄해 ‘기회의 땅’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베트남 증시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하나금융투자 이재만 연구원은 “동남아시아 국가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지수는 연초대비 지금까지 약 6% 가량 하락했지만 반대로 베트남 VN지수는 약 6% 상승했다”며 “인도네시아는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하지만, 베트남은 수출 비중이 40% 이상이라 성장 포인트가 다르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베트남 시장이 평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베트남은 관료 사회 특유의 폐쇄성과 현지 시장 정보공개에 대한 ‘불투명성’이 유독 심한 곳으로 꼽힌다. 베트남 금융업에 대한 국내 연구 성과가 아직 적은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현대경제연구원 안중기 선임연구원은 CNB에 “베트남은 경기 부양을 위해 확장적 통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최근 물가상승률이 조금 상승하긴 했지만, 예전처럼 큰 폭으로 올라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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