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대표, ‘퓨전 베트남 요리’로 현지 외식업계 공략

                김소연 브이프레소 대표.

‘쌀국수, 반미, 분짜, 반세오, 짜조…’

베트남은 다양한 스트리트 푸드(길거리 음식)로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기에 안성맞춤이다. 그야말로 길거리 음식의 천국이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지형은 이 같이 다양한 음식이 발달하는 토대가 됐다.

하지만 이들 음식이 새로운 경험이라는 욕구를 충족시키기엔 다소 부족하다고 판단한 이가 있다. 김소연 브이프레소 대표(사진)의 얘기다. 그는 “하노이엔 다양한 베트남 전통 음식점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맛과 서비스 및 플레이팅이 유사한 형태를 띤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의 가능성을 엿봤다”고 말했다.

이 같은 판단을 바탕으로 김 대표는 지난 9월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베트남 전통 음식을 재해석한 레스토랑 ‘매드소사이어티’를 열며 현지 외식업계에 도전장을 던졌다. 마치 미국인이 서울 이태원에서 ‘퓨전 된장찌개’나 ‘이색 제육볶음’ 식당을 연 셈이랄까. 기자는 지난 7일 하노이 서호(Ho Tay) 인근에 위치한 매드소사이어티에서 김 대표를 만나 레스토랑에서 커피전문점에 이르는 그의 베트남 사업 스토리을 들어봤다.

◇ ‘다양성·어울림…’ 베트남 음식 특징 살려 재해석

김 대표는 외국계 투자은행을 그만둔 후 지난 2011년 베트남에서 식음료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2009년 처음 하노이를 방문해 베트남 음식을 접했을 때, 주재료와 다양한 향채와의 어울림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베트남 음식은 각 주재료와 어울리는 다양한 허브와 향신료가 특징이다. 베트남의 느억맘(nuoc mam)과 한국의 장(醬) 과의 유사성 등도 주된 관심사였다. 베트남의 전통 음식의 맛과 아시아 각국의 음식의 개성을 살리는 콘셉트의 음식을 선보이고 싶었다.”

최근 개장한 레스토랑 매드소사이어티는 어떤 곳일까. 이 레스토랑은 아시아 퓨전 음식과 다양한 와인, 위스키 및 칵테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이닝 콘셉트다. ‘매드(MAD)’는 모던 아시안 다이닝(Modern Asian Dining)의 약어다. 현재 홀과 주방에서 3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차별화포인트는 단연 요리다. 베트남 길거리 음식에 기반을 두면서도 이를 재해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노이 대표 음식인 ‘분짜(Bun cha)’의 먹는 방식에 변형을 시도한 게 대표적이다. 분짜는 가느다란 쌀국수인 분(Bun)에 ‘구운요리’ 의 뜻을 지닌 짜(cha)라는 돼지고기 숯불고기를 생선소스인 느억맘과 각종 향채와 함께 먹는 요리다. 하지만 김 대표는 돼지고기구이를 레몬그라스에 꼬치로 끼워 직화로 굽고 여기에 파파야피클을 얹어 그릇째 내놓는 방식을 택했다. 느억맘 소스에 분을 찍거나 담근 후 먹는 방식도 아예 느억맘소스를 직접 부어먹는 방식으로 바꿨다.

베트남 음식을 재해석한 요리. 사진=매드소사이어티.

민물고기를 활용한 요리인 짜까(cha ca)는 멕시코 색을 입혀 타코 형태로 태어났다. 통상 짜까는 향해와 튀긴 생선을 분과 함께 느억맘소스나 맘똠 (Mam tom)소스에 찍어먹는다. 하지만 매드소사이어티는 강황, 딜, 파, 땅콩 등을 민물고기와 함께 넣고 구운 후 이를 바삭한 토르티야로 말아 제공한다. 김 대표는 “구운 생선요리는 딜이 가장 잘 어울린다”며 “베트남 음식의 특징 중 하나는 향채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점인데, 각 요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향채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베트남 쌀국수 역시 일반 음식점에서 접하는 방식과 다르다. 통상 소고기 쌀국수(Pho bo)는 고기로 육수를 낸 후 익힌 고기를 쌀국수에 넣어 내놓는다. 하지만 매드소사이어티는 쌀국수 그릇에 고기를 반만 익혀 넣어 육수와 따로 제공한다. 고객에게 음식을 내놓는 단계에서 육수를 따른다. 고기에서 나오는 육즙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서비스 방식이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 서비스는 ‘현지화’ 집중…”하노이 미식문화 성장 기대”

매드소사이어티는 현지화 전략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수요일과 금요일엔 라이브 공연을 통해 레스토랑을 재미를 갖춘 공간으로 만든다. 현지인들의 식당 이용방식에 맞춰 식당 한 켠은 펍이나 바로 운영한다. 시간대에 따라 음료나 주류 등을 ‘2+1’형태로 제공하는 것도 베트남 사람들의 소비 행태에 주목한 결과다.

현지인들의 선호도를 겨냥한 ‘해피 아워’프로모션(왼쪽)과 한국의 쌈을 응용한 메뉴(오른쪽) 소개 간판. 사진=오현승 기자

CNN트레블은 매드소사이어티의 새로운 시도를 주목해 하노이의 주요 레스토랑 중 한 곳으로 다뤘다. 레스토랑이 문을 연 지 채 3개월도 안 된 시점에서다. 김 대표는 하노이 미식문화가 더욱 성장할 거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노이는 매우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성향이 강한 지역이라 소비자들이 ‘새로움’에 대해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특정 분야에 대해 만족하게 되면 매우 충성도 높은 고객이 된다. 가파른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새로운 맛에 도전하길 원하는 젊은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기회요인이다.”

김 대표의 베트남 사업은 지난 2011년 커피전문점 브이프레소 론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때 하노이 내 9곳까지 매장을 늘렸다. 하지만 지금은 가맹사업을 접고 7곳의 직영점만 운영한다. 이는 근태관리나 가맹계약의 이해도 등 일부 한국과 다른 현지 사업환경을 접한 후, 점포관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김 대표는 “매드소사이티에서는 베트남의 전통 음식의 맛과 아시아 각국의 개성을 살리면서 이를 적용한 새로운 콘셉트의 음식을 소개하고 싶다”며 “현지인과 외국인이 좀 더 편안하고 모던한 음식과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어 커피사업과 관련해선, “내년 상반기 경 품질 높은 베트남커피로 한국 시장을 두드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노이(베트남)=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