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혼술의 미학


                                                수고한 자신을 위해 잔을 든 하기와라 아이리 씨

혼밥, 혼술의 미학

‘혼밥, 혼술’은 남의 일에 신경 쓰지 않는 무관심과 자신과 관계없는 사람들의 시선은 크게 의식하지 않는 사고방식에서 시작된다.
혼밥이나 혼술은 혼자 밥이나 술을 먹는 것을 말한다.
혼밥, 혼술의 원조 격인 일본에서는 이삼십 대 젊은 층뿐만이 아니라 나이를 불문하지만, 젊은 ‘혼밥 남녀’에게는 단순히 혼자 패스트푸드나 도시락, 술 마시는 것을 넘어 하나의 트렌드로 나타나고 있으며 업계도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

일본에서 만화를 원작으로 TV 드라마로도 제작 방영된 ‘고독한 미식가’는 바쁜 일상에서 혼자 식사하는 중년 남성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린 드라마다.
주인공은 홀로 맛집을 찾아 음식을 즐기며 여기서 일상에 지친 자신을 위로하고 잠시나마 여유로움을 느낀다.
여기에 더해 지금 이삼십 대들은 고급 레스토랑이나 바를 시작으로 커플들의 성지로 알려진 데이트장소에도 나타나 고독을 즐기고 있다.
이들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인상적이라고 말하지만, 이런 고독에서 느끼는 감정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만화가 현실이 됐다

오늘도 수고한 자신을 위해 잔을 들며 건배한다는 하기와라 아이리 씨.
IT기업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그녀는 퇴근길 술집에 들러 자신과 건배한다.손님이라고는 남성뿐인 이곳에서 하기와라 씨는 한 시간 동안 혼자 즐길 수 있는 술과 안주를 주문하며 자신만의 시간을 즐긴다.

그녀는 ‘혼자 술 마시는 것에 익숙하고 누군가 함께하지 않아 2차를 신경 쓸 필요도 없고 작은 성취감을 느꼈을 때나 고생한 나 자신에게 보상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하기와라 씨가 이곳에서 쓰는 비용은 이천 엔 내외로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혼자 술을 마신다.
그녀는 ‘혼자 외롭지 않나?’라는 질문에 ‘맛있는 음식이 있으니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분위기에서 좋아하는 음식을 즐길 수 있으니 최고의 사치’라고 말한 세키노 주리 씨 역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고독한 미식가로 그녀는 ‘음식만큼은 남보다 호기심이 강하다.’고 말한다.
아이치 현에서 사는 그녀는 직업상 출장길에 오를 때나 주말을 이용해 미리 눈도장을 찍어둔 맛집을 순회한다.
세키노 씨는 ‘주변의 눈이 의식되긴 하지만 맛있는 요리가 눈앞에 보이면 금세 잊게 되고 집에서 이런 요리들을 만들기 어려운 이유도 있지만 혼자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고 말했다.
세키노 씨는 지금까지 천여 곳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공유하고 있다.
그녀는 ‘혼자 호화로운 식사를 하면 동정의 대상이 아닌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고 말한다.


세키노 주리 씨는 자신의 모습을 SNS에 올리며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아사히 그룹 홀딩스가 지난해 전국의 스무 살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일인 외식형태’를 조사하니 ‘혼자 외식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남녀는 각각 88.3%, 73.1%로 나타났다.
혼자 외식한 경험이 없는 남녀 11.7%, 26.9%는 혼자 외식하지 않은 이유로 ‘소외감을 느끼거나 혼자 먹을 자리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업계에서는 이들 혼밥 남녀를 모시기 위해 혼자 즐길 수 있는 메뉴개발을 시작으로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일인 공간을 확대하는 등 비즈니스 기회로 만들고 있으며, 음식점 정보 사이트 ‘구루나비’는 ‘혼자서도 편히 즐길 수 있는 음식점’을 모아 별도 카테고리로 만들었다.
여기에는 지금까지 삼만여 곳의 외식업체가 등록되어 있으며 이들을 겨냥한 혼밥 ‘순례 가이드’가 나왔을 정도다.
연구소 이나가키 마사히로는 “일하는 여성과 독신 세대의 증가로 일인 외식이 증가하고 있으며 한 예로 수프를 주메뉴로 하는 ‘수프 도쿄’는 고독한 여성 미식가의 성지로 불리며 전국에 점포를 오십여 곳으로 확장, 손님 90%는 일인 여성”이라고 말했다

혼밥 남녀들의 사정은 모두 다르다.
어쩔 수 없어서일 수도 있고 함께하면 기쁜 사람이 주변에 많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앞서 사례처럼 혼자가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이들 모두 남을 의식하거나 남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좋게 보면 자유로운 모습이지만 다르게 보면 쓸쓸한 모습이기도 하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려는 사람은 이런 쓸쓸함이나 고독을 즐기며 온전한 자신만의 시간을 원하고 있다.
또,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지친 자신에게 응원을 보내기도 한다.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복잡한 대인관계에서 지친 사람들에게 일상처럼 다가온 혼밥과 혼술은 어쩌면 자신을 치료하고 다시 힘내기 위한 과정이 아닐지 모르겠다.

[출처] 혼밥, 혼술의 미학|작성자 웃어서 아름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