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깡통 전세’ 나오고 미분양 쌓이는데.. 정부는 무관심”

얼어붙은 지방 부동산 시장]
지방마다 “더 내려갈 것” 한숨.. 단지 내 중개업소 폐업도 잇달아
잇단 규제로 지방주택 수요 급감, 서울 강남권 쏠림 현상만 가중

준공 후 미분양 51% 급증.. 일부 지방선 분양가보다 내린 ‘마이너스 피’ 등장하기도
경남 창원시 의창구 명서동에 있는 1522가구 규모의 ‘두산위브’ 아파트는 지난해 1년 동안 14건이 매매됐다. 2016년 거래량(32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발표 후 거래는 9월 1건, 10월 1건이 전부다. 이 단지 전용면적 126㎡는 작년 9월 4억7000만원에 팔렸다. 2016년 8월 실거래가(5억7000만원)보다 1억원이 내렸다. 인근 황금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서울 강남은 집값이 무섭게 오른다는데 정부의 금융·다주택자 규제가 지방 부동산 시장만 죽이고 있다”며 “단지 내 상가에 중개업소가 8개였는데 최근 3개가 폐업했다”고 말했다.

‘공급 과잉’에 신음하는 지방 중소도시의 집값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15일 고층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선 충남 천안 쌍용동의 모습. 천안 아파트값은 지난해 2.3% 내렸다. /주완중 기자

비(非)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거래는 끊겼고, 집값은 내림세가 가파르다. 일부 지역에선 이미 집주인이 전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逆)전세난, 전세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 전세’ 피해가 생기고 있다. 충남 천안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이 빚이라도 낼 수 있으면 다행이고, 그게 안 되면 세입자랑 법정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남 몰아붙이기에 지방만 ‘죽을 맛’
비수도권 침체 원인은 한마디로 ‘수급 불균형’이다. 주택 공급은 넘치는데, 지난해부터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으로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 규제가 입지 좋은 서울 강남권을 향한 ‘수요 쏠림’ 현상만 가중시켰다”며 “집값 내림세가 완연한 지방에선 추가 하락 걱정에 집을 안 사고, 미분양과 재고 주택이 쌓이는 악순환을 거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서울 등 과열 조짐이 보이는 시장에만 ‘핀셋 규제’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방위 강력 규제’로 해석했고, 공급 과잉 등 약점을 갖고 있던 지방 부동산 시장에서만 수요 이탈이 급속도로 진행됐다.
게다가 이미 비수도권 부동산 경기에는 ‘빨간불’이 켜져 있었다. 실제로 경북 지역 아파트값은 2015년 12월부터, 경남은 2016년 3월부터 줄곧 내림세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강남을 몰아붙일수록 불똥은 지방으로 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 은행 PB는 “지방 자산가들이 현금 싸들고 서울 압구정동이나 대치동에 아파트 매물 나오기만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며 “시중 금리가 오르고,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서민들이 집 사기만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악재 산적… “지역 맞춤형 대책 필요”


지방 부동산 시장 붕괴의 또 다른 ‘뇌관’은 미분양 주택이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비수도권 지역 미분양 주택은 4만6453가구로 2016년 말(3만9724가구)보다 17% 늘었다. 2014년 말(2만565가구)과 비교하면 3년 사이에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집을 다 지었는데도 팔리지 않아 ‘악성 재고’로 통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작년 11월 기준 7445가구로 연초(4932가구) 대비 51%나 늘었다.
문제는 올해도 지방에 입주·분양하는 아파트가 많다는 것이다. ‘부동산114’는 “올해 비수도권에 분양 예정인 아파트가 18만2356가구로 작년 분양 물량(13만5538가구)보다 34.5% 늘어난다”고 밝혔다.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도 많다. 강원도에 올해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1만6674가구로 작년(5959가구)의 3배에 육박한다. 충북엔 작년보다 86%가 늘어난 2만2762가구가 입주자를 맞는다. 충북 청주 봉명동의 S부동산 대표는 “복대동 일부 단지를 빼고는 청주 전체에 ‘마이너스 피(분양가보다 값이 내린 것)’가 붙었는데, 입주 물량 부담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 위축이 지역 경제 붕괴로 확산하지 않게 맞춤형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울산·거제 등에서 대출받아 집을 장만한 사람들이 금융 비용을 못 견디는 시점이 오고 있다”면서 “원칙대로 압류·추심에 들어가는 게 능사가 아니라 구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의 세입자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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