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임종석 UAE 방문 논란, 풀리지 않는 의혹 세 가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방문을 둘러싼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국빈방문을 앞둔 시기에 비서실장이 특사로 다른 국가를 방문했다는 사실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임 실장이 지난 12월 9일부터 12일까지 2박 4일 일정으로 UAE를 방문한 목적도 석연치 않았다.
지난 12월 10일 청와대는 임 실장의 UAE 방문 목적을 두고 “UAE 아크부대, 레바논 동명부대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발표 내용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청와대의 거짓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19일 청와대는 UAE 방문 목적에 대해 “양국 간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가 20일에는 “박근혜 정부 들어 소원해진 관계 회복 차원”이라고 말을 바꿨다. 지금까지 계속되는 논란의 핵심은 ‘방문 목적’이다.


지난 12월 26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UAE 원전게이트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성형주 기자

결국 지난 12월 26일 임종석 UAE 특사 의혹을 둘러싼 여야 간의 공방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날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 20여명이 모였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UAE 방문을 가리켜 “UAE 원전 게이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시각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은 국회를 찾았다. 청와대가 UAE 특사 관련 의혹에 대해 국회에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은 처음이었다. 바른정당·국민의당·민주당 지도부를 만난 한 수석은 “임 실장의 UAE 방문은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증진 목적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청와대는 별도 브리핑을 열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임 실장의 특사 파견 목적은 UAE의 원전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국익적 차원에서 더 이상 보도가 안 됐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임 실장의 ‘UAE 방문 목적’에 대한 의혹과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임종석 UAE 방문에 제기됐던 의혹과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는 의문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청와대는 왜 비서실장 특사를 숨겼나
특사라면 정부가 파견의 목적과 함께 미리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청와대는 임 실장이 출국하고 하루가 지난 뒤에야 언론에 이 사실을 공개했다. 더군다나 임 실장이 UAE 가서 방문했던 해외 파병 부대는 이미 지난 11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다녀갔다는 점에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한·중 정상회담을 앞둔 엄중한 상황에서 실세 비서실장이 그런 이유로 청와대를 비운 상황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특사를 숨긴 이유에 대해 “깜짝쇼가 좋지 않겠냐며 군부대 방문 직전에 발표하는 게 좋겠다고 얘기해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사실은 사진 한 장을 통해 거짓임이 드러났다. 임 실장이 UAE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를 면담하는 자리를 촬영한 사진이 지난 12월 18일 조선일보 단독보도로 공개되면서다. 이 사진 속에는 우리나라가 수주한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의 총책임자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원자력공사(ENEC) 이사회 의장이 함께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UAE와 외교적 문제가 생기자 임 실장이 이를 수습하기 위해 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초 청와대는 임 실장의 UAE 방문과 관련해 무함마드 왕세제 외에 접촉한 다른 UAE 인사 명단은 공개하지않았다.

한국전력공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2월 186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바라카원전을 수주했다. 한전은 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270㎞ 떨어진 바라카 지역에 140만㎾급 신형 원전 4기를 짓고 있다. 1호기는 공정률이 96%로 2018년에 완공되고, 2020년까지 나머지 3기도 모두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박근혜 정부였던 2016년 10월에는 이와 별도로 총 54조원 규모인 이 원전 운영권도 따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UAE 왕세제가 문재인 정부에 ‘국교 단절’까지 거론하면서 비난하자 이를 수습하고 무마하기 위해서 임 실장이 달려갔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지난 12월 20일 박수현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가 원전을 수주할 때까지 관계가 굉장히 좋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소원해져 국익 차원에서 잘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임 실장은 UAE에 다녀온 며칠 뒤인 지난 12월 18일부터 21일까지 휴가를 냈다. 공교롭게도 임 실장의 휴가 기간 동안 무함마드 아부다비 왕세제의 조카인 자예드 만수르가 전용기를 타고 방한했다. 무함마드 아부다비 왕세제는 임 실장이 지난 12월 10일 UAE를 방문했을 때 만난 인물이다. 이에 대해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자예드 만수르가 탑승한 특별기의 이·착륙 관련 협조를 한 바 있지만 사적 목적의 방문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사적 방문이 아닐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도 있었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보통 왕세제의 조카가 수행원들과 전용기를 탑승하고 왔다는 것은 공식적인 목적으로 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원전 뒷조사하다 UAE 심기 건드렸나
이명박 전 대통령 원전 관련이라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게 된 것은 임 실장과 동행한 참석자들의 면면이 밝혀지면서다. 그중 서동구 국정원 1차장이 대동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문재인 정부의 MB 원전 의혹이 불거졌다. 서동구 국정원 1차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해외자원개발 자문을 맡았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뒷조사를 앞두고 미리 UAE 측에 양해를 구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설이 제기됐다.
또 일각에서는 원전 관련 수사를 진행하다가 UAE 고위층의 반발을 샀고, 이를 임 실장이 무마하러 갔다는 얘기도 돌았다. 이에 대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이 정치보복을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꽁무니를 캐기 위해 UAE 왕실 자금까지 들여다보다 발각돼 UAE 왕실이 격노했다는 의혹도 있다”라면서 “지난 11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UAE에 방문할 당시도 청와대와 국정원 관계자가 동행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10일 UAE 수도 아부다비의 대통령궁에서 임종석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제총책임자인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왼쪽 두 번째) UAE 왕세제와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맨 왼쪽) UAE 원자력공사 이사회 의장을 만나고 있다./ 외부제공

이에 대해 청와대는 “국정원 1차장은 해외파트 담당자이고 주요 인사들의 해외순방에 동행할 수 있다”며 “국정원 간부의 행보는 비공개가 원칙이며 파트너십 강화 내용에는 정보교류 영역도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UAE 특사 의혹과 관련해 정부가 숨기고 있는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UAE 왕세제의 최측근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원자력공사(ENEC) 이사회 의장이 2018년 초 방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알 무바라크 의장은 임 실장이 최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를 예방했을 당시 배석했던 인물이다. 특히 한국이 수주한 바라카원전 건설 사업을 총괄하는 UAE 원자력공사를 책임지고 있다. 알 무바라크 의장은 2009년 이명박 정부가 UAE 원전을 수주했을 당시 이 대통령과도 직접 원전사업에 대해 논의했던 인물로 이번 논란의 열쇠를 쥐고 있다.
UAE 원전 건설 중단설의 진실
UAE 바라카원전이 건설중단 상태이며 중간공사비 지급도 중단됐다는 ‘설’이 최근 SNS를 통해 급속도로 유포되고 있다. UAE 바라카원전 1호기가 당초 지난 5월 준공 예정에서 새해로 연기된 것도 의혹에 힘을 실었다. UAE 원전건설이 우리 정부의 실수로 지연돼 최대 2조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원전 진출 기업의 줄도산, 주변국가와의 관계악화 등 비관적인 이야기들도 나오는 상황이다.
‘원자력발전소 건설계약 취소설’은 UAE가 외교관계를 단절한 카타르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임 실장의 UAE 전격 방문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본질은 한국이 아니라 카타르와 UAE의 갈등에 있다는 해석이다.

문재인 정부가 UAE에 짓고 있는 ‘원전수출’과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LNG)확보’ 사이에서 국익을 저울질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는 게 ‘원자력발전소 건설계약 취소설’의 핵심 내용이다.
UAE가 외교갈등 중인 카타르의 ‘돈줄’을 끊기 위해 한국의 카타르산 LNG 수입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 한국이 UAE에 수출해 2018년 초 완공을 앞둔 바라카원전(총사업비 74조원규모)을 볼모로 삼는다는 주장이다.

지난 12월 26일 김성태 원내대표도 청와대에 의혹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UAE 현지 한인회의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한국 언론인들과 상대하지 말라’는 내용이 돌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철저하게 왜곡과 거짓말로 점철됐다.”
지난 12월 2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UAE 원전건설 지체보상금을 물어야 한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대금을 못 받아 도산하거나 철수하는 중소업체는 없다”고 반발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전 등과 바라카원전 사업을 진행 중인 UAE 원자력공사는 알려진 대로 국제기구 평가, 직원의 운전 숙련도 강화 등을 위해 원전 1호기 준공 시기를 2018년으로 조정한 것이다. 청와대도 “원전건설은 잘 진행되고 있고 현지 특파원, 관련 주무부처, 건설업체 등을 통해 얼마든지 사실을 체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UAE 특사 파견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가 의혹이 나올 때마다 변명으로 일관하는 태도가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왕실 관계자들과 나눈 이야기를 공개하는 건 외교적 결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성태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정말 떳떳하다면 국회에 당당히 출석해 의혹을 해명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정부의 주장이 어디까지 맞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임종석 실장의 UAE 특사 파견과 관련한 진실의 ‘열쇠’는 문재인 정부가 쥐고 있다. 청와대는 임 실장의 UAE 특사 방문의 ‘목적이 분명하다’면 그대로 밝히면 될 일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