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경제붕괴 우려 “기업 옭아매자 해외탈출 러시”

전 세계가 자국 내 투자 유치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한국만 유일하게 기업이 떠나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17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한·미 법인세율 역전과 기업 해외탈출러시, 대안은 무엇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이영조 바른사회 공동대표, 조동근 명지대 교수,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자유한국당 윤상직·김종석·조훈현 의원이 자리에 참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윤상직 의원은 인사말에서 “우리 기업이 지난 10년 간 해외에서 만든 일자리가 160만개가 넘는 반면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만든 일자리는 27만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런 판국에 법인세율(25%)을 3%를 올려 기업을 압박하는 정부는 현실을 모르고 있다”며 “이런 아마추어 정책은 결과적으로 국가에 큰 손실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의 경우 31년 만에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인하했다. 이에 미국 내 대표적인 유통업체 월마트는 직원들의 임금을 인상하며 곧바로 화답했다. 미국 정부의 과감한 법인세 인하가 기업임금 인상이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진 것이다.

윤상직 의원은 미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전 세계의 법인세 인하 경쟁에서 한국만 역주행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서민을 위한 정부라더니 최저임금 인상 논란,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부동산 규제 역효과 등으로 서민을 고꾸라지게 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꼬집었다.

프린스턴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출신인 김종석 의원은 “오늘 이 토론회가 문재인 정부의 반기업 시스템을 고발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동력을 얻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정부가 법인세 인상 방침을 밝힌 가운데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이 ‘법인세’와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해 발표를 이어가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양극화 해소 외치며 자본유출 심각성 외면

이영조 바른사회 공동대표의 사회로 토론회가 시작됐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한·미 법인세 역전의 숨은 비용’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조동근 교수는 “2016년 9월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의원의 발언들을 살펴보면 법인세를 부자증세로 규정하고 있다”며 “경제논리가 아닌 진영논리로 접근하면서 법인세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조 교수는 법인세 인상의 부작용으로 ‘근로자 임금 하락’을 꼽았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기업이 근로자의 임금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거꾸로 기업을 옥죄면서 일자리도 날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김동연 부총리가 “법인세 인상으로 영향을 받는 기업은 상위 0.3%안에 드는 70여개 기업 뿐”이라고 언급한 점에 대해 조동근 교수는 ‘충격적’이라고 표현했다.

조동근 교수는 “법인세를 올리려면 과세 기반을 넓혀야 하는데, 특정 기업 몇 개만 집어서 집중적으로 조세로 부과하는 것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하기 척박한 환경을 만들어선 안 되며 (법인세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한·미 법인세율 역전에 따른 경제위기’를 주제로 발제를 했다.

그는 “역대 정권의 법인세 세율 변화 추이를 보면 1962년부터 2017년까지 꾸준히 인하세를 기록했다”며 “김대중·노무현 정부 역시 마찬가지였다는 점을 꼭 지적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전 세계에서 지금 법인세를 올리고 있는 국가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칠레 등 6개국 뿐”이라며 “우리나라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은 자칫하면 합법적 약탈이 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민국에서 기업을 하는 게 용할 지경”이라고 탄식하기도 했다.

오정근 회장은 “기업 기(氣)살리기 정책을 펼치는 미국은 향후 10년 간 연평균 13.6%의 투자 증가가 예상되는 반면, 한국은 연평균 1.7%씩 감소해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일자리가 연간 10만5,000개씩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한미법인세율 역전과 기업해외탈출러시, 대안은 무엇인가’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기업들은 상품 가격 올리거나 해외로 도망갈 것

토론자로 나선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는 “법인세는 부자세라고 하는데 일종의 간접세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연 부총리가 언급한 대로 법인세가 인상되면 국내 0.3%, 즉 70여개의 대기업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과연 이들이 가만히 있겠냐는 것이다.

박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상품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면 공장을 이전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그렇다면 결국 정부가 앞장서서 물가를 올리는 꼴”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중국이 1978년 이래로 고속성장을 한 사실을 두고 “최고 33%였던 법인세를 2008년 25%로 낮추며 기업에 특혜를 제공했고 싼 토지와 임금으로 해외 자본을 많이 유치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싱가폴 역시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010년 17%로 낮춘 전례가 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박 교수는 “현재 문재인 정부가 법인세를 인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국내 기업은 해외로 나가고 외국기업은 안들어오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편적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있는 북유럽 국가들도 이제는 법인세를 재원확보보다 자본유치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세금 이슈는 보편성과 합리성을 갖고 검증과 논리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며 “법인세 인하가 신규 일자리 창출 및 내수 기여 효과도 있다는 점을 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허 논설위원은 “기업이 투자로 매력국가에 투표하는 시대임을 인지해야 한다”며 “떠났다 돌아오는 U턴 기업의 부재가 우리나라의 위기를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