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수저 밑에 냅킨 깔까.. 손님들 ‘기분 위생학’ 산물

음식인문학자가 들여다본 한국인의 식사습관
[동아일보]
수저 아래 냅킨을 까는 한국인의 식사 방식은 외국인들 눈에는 사뭇 특이하게 보인다. 휴머니스트 제공

언젠가부터 여럿이 밥을 먹으러 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사람 수대로 냅킨을 뽑는 일이 됐다. 수저 밑에 깔기 위해서다. 이 현상에 대한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56·사진)의 분석은 흥미롭다. 음식인문학자인 그는 “냅킨 깔기는 부대물품을 간소화한 업주들의 수익성 추구와 손님들의 ‘기분 위생학’이 어우러진 결과”란 의견을 제시한다.
손님이 몰리는 시간 행주로 대충 훔친 식탁은 못 미덥다. 석유화학공업이 꽃을 피운 1970년대 초반 이후 냅킨은 좋은 대안이 됐다. 화학적 처리가 된 생산품은 위생적일 것이란 한국인의 근대적 계몽정신이 더해지며 냅킨 깔기는 일종의 관습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주 교수는 최근 출간한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휴머니스트)에서 너무 일상적이라 의식조차 못했던 21세기 한국인의 식사 방식을 사회사적으로 고찰한다. 캐나다에서 안식년 중 e메일 인터뷰에 응한 그는 “이어령이나 이규태식으로 한국인의 식사 방식을 조명하거나 부각시킬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북미, 서유럽, 일본 등 각국 자료를 통해 비교문화적으로 연구했다”며 “한국인 식사 방식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밝혀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문헌 수집에 4년간 공들였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했던 식사 방식에는 유교문화의 영향과 효율성 및 경제성만 추구하는 산업화의 부정적 여파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집단주의적 함께 식사’ 문화나 멜라민 수지 식기와 스테인리스 등이 뒤섞인 ‘식기의 잡종적 양상’이 대표적이다. 참석자들에 대한 배려보다는 계급과 차별성만 강조되는 회식 자리에서는 상급자에서 가장 먼 자리가 명당이 되고 아름답지만 비경제적인 도자기 대신 싸구려 재질의 식기들이 혼재해 있다.
주 교수는 “음식담론은 유행이나 취향이 아니라 역사이고 사회문화적 관습”이라며 “인간은 반드시 음식을 먹어야 살고 지역에 따라 다른 생업 방식, 가족관계, 사회 구조를 반영하기 때문에 공동체를 들여다보는 가장 좋은 ‘안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이 고집하는 식사 방식 중 반드시 변화가 필요한 점으로 ‘밥·국·반찬’을 같이 먹는 구조를 꼽았다. “갈수록 밥은 적게 먹지만 여전히 국, 찌개, 반찬을 곁들여 먹는 바람에 고염식으로 인한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것.
음식인문학 연구를 계속해온 저자는 “마치 포르노처럼 대중매체를 가득 채운 ‘맛있는 음식들’에 너무 연연하지 말았으면 한다”며 쿡방 열풍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맛있는 음식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그것을 어떤 그릇에 내고 어떻게 배치하는 것이 손님에 대한 배려인지, 식사 순서를 어떻게 해야 식탁 위 대화가 풍성할지 고민하는 게 먼저라는 것. 주 교수는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주도해 가정, 직장, 학교, 또래집단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식사 방식의 규칙을 만들어 보려는 변화가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