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양육비 안 받겠다더니 재혼하니까 달라네요

양육비 청구, 법적 문제되지 않아
면접교섭 안 해도 양육비는 내야
대법원 “양육비, 부모 공동 부담”

━ 배인구의 이상가족(35) 저는 남편과 이혼하고 2년 정도 혼자 지내다가 지난해 지금의 남편과 재혼했어요. 전남편과 사이에 아들 하나를 두었는데 남편이 아들을 키우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시댁에서도 제게 재혼할 때 아이가 있으면 힘들다면서 잊고 살라고 했습니다. 남편도 곧 재혼할 거라면서 아이가 새엄마를 엄마로 알고 자라야 여러모로 좋지 않겠냐며 양육비를 받지 않겠으니 아이를 만나지 말라고 강권했어요.

전남편 사이에서 나은 아들. 양육비를 받지 않고 본인이 키우겠다고 고집을 부렸는데, 재혼하고 난 뒤 양육비를 청구해 왔다. [중앙포토]

한창 예쁜 아기와 헤어지는데 가슴이 찢어진다는 표현이 어떤 것인지 생생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아기가 보고 싶어 미친 여자처럼 울고 몰래 이혼 전에 살던 집을 배회하면서 잠시라도 아기를 보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저를 보았는지 아니면 남편이 재혼하면서 그랬는지 남편은 이사했고 그 후 시간이 흐르면서 아기에 대한 제 마음도 가벼워졌습니다. 가끔 생각이 나고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은 항상 간직하고 있지만 제가 비정한 사람이 되었나 봅니다.
그 후 지금의 남편을 만나 재혼까지 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제가 재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전남편이 지금 집으로 양육비 지급을 구하는 서류를 보내왔어요.
기가 막힙니다. 그리고 지금의 남편이 이런 사실을 알까 봐 걱정이 됩니다. 제가 혼자 지낼 때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이런저런 일을 했지만 재혼한 지금은 살림만 하고 있는데 제가 무슨 돈이 있어서 양육비를 보낸다는 말입니까. 결국 제가 양육비를 보내려면 재혼한 남편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받아 남편이 주는 생활비에서 일부를 떼어 보내야 할 텐데 너무 가혹합니다.
친정엄마께 하소연하니 친정엄마가 전남편을 만나보셨습니다. 아이를 놓고 가라고 했고, 양육비 받지 않을 테니 만나지 말라고 해놓고 이게 무슨 경우냐고 하니 애 엄마가 애를 키우지 않으면 양육비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실은 재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꼴 보고 싶지 않아 그런 것 같다고 하십니다.
알고 보니 아기 아빠는 이혼 후 바로 재혼했는데 제가 재혼할 무렵 다시 헤어졌답니다. 그래도 그렇지 너무 속이 상합니다.
배인구의 이상가족

■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 이혼할 때 분명히 양육비는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맘대로 파기해버리니 많이 힘드시겠습니다. 이혼을 했음에도 예전 배우자가 재혼하는 걸 기분나빠 하는 사람이 많고, 재혼해서 잘 사는 것을 방해하고 싶어 아이를 빌미로 양육비나 면접교섭을 청구하는 경우를 법정에서 본 적이 있는데 참 난감했습니다.
그런데 양육비는 약속할 때와 사정이 달라지면 증액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고, 말씀과 같이 받지 않기로 했다가도 받아야 하는 사정이 생기면 다시 청구할 수도 있답니다. 물론 지나간 시간에 대한 양육비를 구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이혼할 때 한 약속과 다르니 줄 수 없다고 할 수는 없답니다. 즉 예를 들어 이혼할 때 양육비를 한 달에 50만 원씩 지급하기로 약속하였는데, 경제 사정이 확실히 좋아져서 양육비를 더 많이 지급할 여력이 생겼다면 양육비 증액을 요청할 수 있죠.
반대로 많이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불행히도 사업이 힘들어져서 그만큼 지급할 수 없다면 양육비를 감액해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전남편이 사례자께 양육비를 구하는 게 법적으로 잘못된 건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인용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하기 어렵고요.

서울가정법원 양육비위원회에서 공표한 2017 양육비 산정기준표. [출처 서울가정법원]

또 양육비 지급은 아이와 면접교섭을 해왔느냐와 별개 사안입니다. 원칙적으로는 면접교섭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양육비를 지급해야 합니다. 부모는 아이를 양육할 의무가 있고, 그것은 이혼하였다고 하여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도 “부모는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고, 양육에 소요되는 비용도 원칙적으로 부모가 공동으로 부담하여야 하며, 이는 부모 중 누가 친권을 행사하는 자인지 또는 누가 양육권자이고 현실로 양육하고 있는 자인지 물을 것 없이 친자관계의 본질로부터 발생하는 의무”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4. 5. 13.자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
마지막으로 사례자에게 소득이 없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양육비 지급 의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서울가정법원이 발표한 양육비산정 기준표에 의하면 소득이 없는 부모도 최소한의 양육비를 지급하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사례자에게 소득이 없으니 남편과 이런 상황을 터놓고 말씀하셔야죠.
그리고 저는 사례자가 아이도 만나시길 바랍니다. 현재 사례자의 환경이 아주 어렵겠지만, 아이가 엄마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며 불행하게 지내고 있다면 어른들이 바로잡아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용기를 내셔서 남편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시길 바랍니다.